2014년 봄,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사건이 있다. 일명 '김지훈 일병 자살사건' 그리고 ' 윤일병 사건'. 남자라면 으레 가야 하는 게 군대인데 그곳은 끔찍한 가혹행위가 당연한 것처럼 자행되고 있었다. 결국 괴롭힘을 이기지 못한 한 병사는 자살하고 한 병사는 선임들의 집단구타로 살해당했다.
그해 여름, 동생이 군대에 갔다. 엄마는 마흔에 얻은 귀한 아들에게 영장이 날아오는 순간부터 속병이 생겼고.
그래서일까.
< d.p >는 보기 불편했다. 현실을 자꾸 들춰내고 감정동요가 심한 나를 울컥하게 만드는 장면이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하니까. 여러 번 그만두기를 반복하다가 침대에 붙어산 일주일 동안 숙제처럼 끝마쳤다.
D.P는 탈영병들을 잡는 군대 내 체포조다. 준호(정해인)와 호열(구교환)이 한 조가 돼서 탈영병을 찾는데 쫓는 자와 쫓기는 자의 숨 막히는 긴장감대신 탈영병의 사정을 소상히 들려준다. 이유 없는 탈영은 없다. 군대 내 괴롭힘이 있었고 혼자 남겨진 할머니를 걱정하는 마음이 있었고 물론 군대 부적응자도 있었고. 총 6부작이니 한편에 한 명의 주인공이 있는 셈이다.
스포 주의 줄거리
나는 5, 6화에 나온 조석봉(조현철) 일병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조석봉은 준호의 바로 윗선임이다. 어찌나 착하고 물렀는지 군대 오기 전에는 '봉디쌤'(조석봉+간디)이라고 불렸다. 사람을 때리기 싫어서 전국체전 유망주였던 유도를 그만두고 그림을 그렸다. 멘탈이 나가 영창에 갇힌 준호에게 몰래 초코파이를 쥐어 주고 황장수병장의 집요한 괴롭힘에도 우리는 그러지 말자고 말하는 선한 청년이다.
회를 거듭할수록 조석봉은 살이 빠지고 뉘렇게 말라간다. 눈에 생기가 없고 얼굴은 피범벅에 온몸은 멍투성이다. 어느 날은 취침 중인 후임들을 불러서 이유 없는 폭력을 행사하기까지..
그리고 결국 탈영을 한다. 제대한 황장수병장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조석봉의 탈영은 인질극을 벌이면서 삽시간에 강력사건으로 커진다. 실탄을 채우고 무장을 한채 동료를 잡으로 가는 특임대와 어떻게든 막아보려는 dp조.
나한테 왜 그랬냐고 울부짖는 조석봉에게 황장수는
"... 그래도 되는 줄 알았어"
하아... 이래서 보기 싫었는데. 군대 내 진상조사를 하겠다고 바꾸면 된다고 막아서는 호열에게 조석봉은 공허한 눈빛으로 이렇게 말한다.
"저희 부대에 있는 수통 있지 않습니까.
여기에 뭐라고 적혀있는지 아십니까?
1950. 6.25 때 쓰는 거라고"
수통하나 바꾸지 못했는데 뭘 바꿔. 특임대가 총을 들고 포위하는 바람에 설득의 가능성도 날아가고 그 순간 "탕" 하고 총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언론은 조석봉을 관심병사로 분류해 개인적인 문제로 몰아갔다.
부아가 치밀었다. 폭행과 가혹행위로 서열을 확인하고 이를 묵인하는 집단, 게다가 개인의 정신질환으로 몰고 가는 언론까지. 내가 지금 어느 시대를 살고 있는지 의문이 생긴다.
도망갈 곳도 도와줄 사람도 없는 곳에 24시간 갇혀있는 느낌 아니었을까. 그곳은 원래 그런 곳이고 암묵적으로 쉬쉬하는 곳이니까. 어디 군대뿐이겠나. 개인은 없고 집단만 있는 조직이.
무거운 마음을 적으려고 한건 아닌데 어쩌다 보니 흐름이 어둡다. 실제 드라마는 강약이 있다. '호랑이 열정' 호열의 유머가 쉼표로 작용하고 '츤데레' 박범구(김성균)의 욱하는 성질은 시원하기도 하고 '현실적인 딜레마'에 빠진 임지섭(손석구)의 선택은 궁금하기도 하고. 그래서 결론은 꽤 재미있다. 시즌 2를 간절히 기다리게 하니까. (올해 하반기 예정☺️)
TMI
군대를 무사히 제대한 동생은 지금 기동대에 갔다. 연일 집회와 시위가 일어나고 경찰의 과잉진압이라는 이야기가 들릴 때마다 깜짝깜짝 놀랜다. 한 번은 물어봤다. 넌 가서 뭐 해?
"그냥 서있으라는데 서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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