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도 낯설지요. 서울식물원은 알겠는데 식재를 설계한 공모전이라니요. 쉽게 설명하면 식물을 심거나 가꿔서 정원을 만드는 일, 그 분야 최고의 금손을 꼽는 공모전인 거죠. 대신 지속가능해야 합니다. 최소 3년을 유지하고 변화를 관찰하는 게 이 공모전의 가장 큰 특징이죠.
올해 주제는 아름다울 미(美), 작을 미(微).
미기후로 만든 아름다운 저관리형 정원입니다. 미기후란 작은 범위 내의 기후를 말하는데 보통 지상에서 1.5m 사이의 기후를 말해요. 예를 들어 물웅덩이가 있는 곳은 시간이 지나면서 특정 습도와 온도를 가지게 되면서 식물이 자라날 수 있는 것이 미기후입니다.
저관리형이란 사람손이 덜 가고 자연적으로 살아가는 정원입니다. 물을 자주 줘야 하거나 한해만 살다가는 1년생 식물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생명력이 강한 관목이나 다년생 초화류 등으로 구성된 정원이어야 하죠. 식물들끼리 잘 어우러져야 하는 건 기본이고요.
이 까다로운 조건을 잘 설명해서 공모전을 통과한 5팀이 있습니다. 미기후 조건을 어떻게 이용했는지, 어떤 식물을 사용했는지, 평면도까지 검토한 후 서울식물원 한편에 정원을 조성했습니다. 6개월간의 평가를 거쳐 올해 11월쯤 시상을 한다고 하네요.
설계된 특정공간 즉 더 높은 습도나 더 높은 온도, 바람의 영향등으로 식재가 변화하는 과정을 6개월간 모니터링하는 거죠.
버려진 나무토막도 습기만 있으면 식물이 자라기도 하고요.
바위를 쌓아서 미기후를 만들고 어둡고 축축한 곳에서 사는 식물들을 관찰하는 거죠.
나무토막과 돌을 쌓고 그 위에 철망을 얹어서 바람구멍을 만들었습니다. 쉬었다 가기 좋은 의자이자 저 안에서도 식물이 자라나길 기대하는 거죠.
심지어 정원에 심은 나뭇가지 사이에 새가 둥지도 틀었습니다.
물론 이렇게 하나의 정원으로 잘 어우러져야 되는 건 기본이고요. 이 모든 식물들이 사람손이 덜 가는 저관리형이라고 하니 부디 살아남아서 내년에도 이렇게 예쁜 꽃을 피워주길 기대합니다.
미기후라는 게 요즘같이 기후변화가 급격한 시기에도 살아남는 식물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해요. 최소한의 환경조건만으로도 유지가 가능한 식물을 알 수 있는 거죠.
서울식물원을 가려고 방향을 잡은 날인데 매주 화, 목요일에 오는 <지구용-지구를 지키는 용사들의 뉴스레터> 소식에 실린 것을 보고 일부러 들려봤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잖아요. 예전에는 예쁜 꽃이 피었네, 하고 넘겼을 일을 미기후에 대해서도 알게 되고 환경을 생각하는 정원이라는 것도 배우고요.
올해까지 서울식물원 야외숲에서 전시한다고 하니 꼭 한번 가보세요. 찬찬히 봐야 즐겁습니다.
INFO
주소 서울 강서구 마곡동로 161 서울식물원
무료관람 가능
1. 9호선 마곡나루 3번 출구에서 서울식물원 숲 문화학교 방향으로 오면 됩니다.
2. 지구용 뉴스레터 받아보시길 추천해요.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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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모자, 양산 필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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