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두서없는 포스팅이 있을까, 이리저리 정말 많이 돌아다녔나 봐요. 컴퓨터 폴더에 가득 찬 사진 덩어리들을 풀어내려면 한참 걸릴 거 같은데 그중 툭 튀어나와 손에 잡히는 녀석이 있더라구요. 출장 겸 휴가로 다녀왔던 부산여행, 더웠던 기억 틈으로 오랜만에 음식으로 신선한 자극을 받았던 재첩국집. 요 녀석을 잡았습니다.
한번 빠지면 난리난다는 할매재첩국
부산 수영구 광남로 120번길 8
매일 06:00 ~ 21:00
담백하고 시원한 재첩국 맛집
📍각종나물과 강된장에 비볍먹는 재첩정식
제첩국 맛을 알게 해 준 곳
당분간 갈일 없는 부산여행 zip
계획하고 간 여행은 아닙니다.
초성수기에 잡힌 부산출장, 430km를 내려갔는데 일만 하고 오기엔 억울해서 급하게 숙소만 잡고 갔지요. 해운대, 꿈꾸던 모습이 아니라 실망했고 디피의 호열준호처럼 부산바캉스를 꿈꾸며 탔던 2층 버스는 녹아내리기 직전까지 갔다는 슬픈 후기입니다. 루프탑 수영장과 이재모 피자🍕(사진은 없지만 강추)가 없었다면 진짜 울뻔했다는 덧붙임입니다.
그렇게 서울 올라오기 전, 광안리나 한번 보자고 간 곳에서 재첩국의 맛을 알게 됩니다.
희멀건 국물에 씹을 것도 없는 작은 알갱이나 먹자고 이 땀을 흘렸냐며 툴툴거렸지만 입이 방정입니다. 나 재첩국 좋아하네?
나 재첩국 좋아하네!
부산 더위를 만만히 보다 녹아내리기 직전 들어온 밥집. 에어컨 없을 땐 어떻게 살았을까요? 올해가 가장 시원한 여름이니 단단히 각오하라고 하던데, 나만의 더위를 이기는 방법 두어 개는 가지고 있어야 될 거 같아요.
이열치열. 바깥기온이 올라가면 장기는 열을 낮추기 위해 차가워진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차가워진 장기를 보호하기 위해 따뜻한 음식을 먹으라는, 먹는 일에 진심인 조상님들의 지혜를 오늘 실천해 보려고요.
부산의 명물이라는 할매 재첩국.
재첩정식과 재첩진국은 나오는 찬은 다 똑같은데 재첩의 양만 다를 뿐이에요. 좋아하시는 분들은 무조건 재첩진국을 드셔야 합니다. 그리고 부산에 왔으니까 대선! 안 먹어도 기분은 내봅니다.
오, 순식간에 차려진 밥상.
왼쪽과 오른쪽 차이가 보이시나요? 건더기가 많은 오른쪽이 재접친국입니다. 특별할 거 없는 상차림인데 저 완전 푹 빠졌잖아요. 몇 번 리필을 했는지, 나 백반 좋아했네. 이놈의 연속 혈당기, 밥 먹을 때마다 널을 뛰어서 요즘 쌀밥구경을 못했거든요.
방금 버무린 오이무침과 강된장에 싸 먹으라고 내준 호박잎, 두툼하게 부친 계란말이, 생선조림까지. 탄단지가 균형 잡힌 완벽한 식단인데요? 말해봐야 입 아프지만 반찬 하나하나가 정말 맛있습니다.
어, 어, 어 맛있네??!!
송송 썰어 넣은 부추와 강낭콩만 한 재첩이 전부인데 국물은 담백하고 시원하면서 조개탕처럼 감칠맛이 납니다. 이 뽀얀 국물이 은근 중독성이 있어서 계속 손이 가더라고요. 입안을 간질거리며 씹히는 재첩은 오물오물 씹는 맛이 좋고 비린맛이 없어서 좋았어요.
한눈에 비교, 재접진국의 재첩양.
이 정도 차이가 나니 두말없이 진국을 시켜야겠지요? 저는 전라도에서 나고 자랐는데도 재첩국을 처음 먹어봤어요. 별 볼 일 없는 생김새에 선뜻 손 이 가지 않더라고요. 온갖 맛으로 버무린 음식 속에 사는 요즘, 이렇게 슴슴한 재료본연의 맛이 신선한 자극으로 다가오더라구요. 이제부터 재첩국, 일부러라도 찾아가서 먹어보려고요.
이렇게 또 나이에 맞춰서 입맛이 달라져 갑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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