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하면서 관심 있는 글은 꼼꼼하게 읽는 편인데 그렇게 쌓아둔 정보는 필요할 때마다 하나씩 꺼내서 유용하게 써먹고 있습니다. 여행이 가고 싶을 때 비행기 구경하러(?) 영종도에 몇 번 갔는데 갈 때마다 참 "볼 데 없다" 투덜거렸거든요. 한데 블로그에서 배웠어요. 몰라서 안 간 거고 찾으면 갈 데가 정말 많다는 거. 이번에도 다른 이웃님 블로그에서 찾은 영종역사관, 그중 <세계의 나그네, 김찬삼> 전시를 보고 왔지요!
영종역사관, 영종도에 갔다면 한 번쯤!
- 인천 중구 구읍로 63
- 매일 10:00 ~ 18:00 (매주 월 휴무)
- 입장료 1,000원(청소년 700원)
- 3층 기획전시실 - 김찬삼 특별전 진행 중
상시 전시실은 아이들을 위한 공간
여느 박물관에나 있는 구석기, 신석기 돌멩이 시대를 보고 체험관으로 이동하면 영종도에만 있는 게 있지요.
조기, 우럭, 광어 등등 영종도 바닷가에서 낚시를 합니다. 미션은 돌부처 낚기.
옆 방으로 이동하면 염전체험을 할 수도 있고요.
뭘 이렇게 잘 만들어놨는지, 애가 없으니 우리가 직접 해볼 수밖에. 니 쪼그려 앉았니?
3층 특별기획전
40년 동안 총 20회 세계여행을 한 사나이
세계여행가로 알려진 김찬삼의 여행기록을 전시 중입니다.
한국인 최초 세계여행가로 누구도 꿈꾸지 못한 1960년부터 해외여행을 시작한 분이죠. 물론 저도 여기 와서 처음 알았어요. 40년 동안 지구를 32바퀴나 돌았다는데 같은 시간을 살며 지구 한 바퀴도 못 돈 나를 반성해 봅니다.
맙소사, 너무 힙하잖아요.
저당시 저 차림이라니 지금 찍은 사진이라고 해도 믿겠어요. 짧은 기장의 피트 되는 재킷과 밑단을 접은 통 넓은 바지, 그리고 폭이 좁은 넥타이와 슬쩍 보이는 넥타이핀까지. 가방마저 내 스타일이요.
우리에겐 낯설지만 여행깨나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분이에요. 그의 여행기를 읽고 여행가를 꿈꾼 사람이 많았다고 하죠.
서울대 지리학과를 졸업하고 고등학교 지리교사로 근무하다가 미국으로 건너가 공부를 했어요. 그리고 한국에서는 교수로 일하면서 세계여행을 하고 사진전을 열고 여행기를 출간했지요.
여담으로 워낙 까매서 인종과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워 현지인들과 쉽게 친해졌다고 해요. 30대 초반부터 여행을 시작했으니 그럴 만도 하겠죠?
1989년 전에는 여권발급받는 거 조차 쉽지 않았던 시기.
88 올림픽 이후로 해외여행 자유화가 됐으니 70년대 세계를 누빈 그가 새삼 대단해 보이죠.
직접 메고 다녔다는 배낭, 이름을 새겨서 가방머리에 붙였대요.
핸드폰이 없던 시기이니 꼭 필요했던 지도가방.
수많은 사진을 찍었던 카메라와 가방.
그렇게 찍은 사진 필름을 모아놓고 보니 그 양이 엄청나죠?
그리고 여행을 다니면서 기록했던 일기장.
네??? 슈바이처 박사요??
그 노벨평화상을 받은 '밀림의 성자' 슈바이처 박사님이요? 갑자기 더 대단해 보이는 건 기분 탓.
"성공하려면 한 우물만 파라. 그것도 물이 나올 때까지 계속 파라"
김찬삼의 여행기는 당시 엄청난 인기였는데 83년에 삼중당에서 펴낸 '와이드 컬러판' 10권짜리 묶음은 100만 부나 팔렸대요. 내용자체가 재밌고 다양한 사진으로 엮어서 그 자체로서도 귀중한 자료라고 하죠.
한국인 최초로 세계를 다녔으니 썼다 하면 한국최초 아니었을까요?
그래서 60년대의 '빠니보틀'이라고 소개하는 것도 봤어요.
여행 중 입은 부상의 후유증으로 2003년 세상을 떠났지만 그는 꿈이 있었습니다.
평생 모은 자료로 '세계여행박물관'을 만드는 것. 그 자리가 현재 영종역사관의 자리예요. 영종하늘도시 개발계획에 부지가 포함되면서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여행 가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건 변함없어요.
코로나를 핑계로 여권갱신도 못했지만 비행기와 바닷길이 한눈에 보이는 이곳에서 그의 여행기록을 봤더니 당장이라도 어디든 떠나고 싶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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