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 70주년 dmz전시를 보고 임진각을 가야겠다 생각했어요. 망원경을 통해서라도 참담한 전쟁터였던 그곳을 다시 한번 보고 싶었거든요. 마침 민통선위를 건너는 곤돌라가 생겼다는 말을 듣고 그간 출입이 통제돼서 보지 못했던 임진강 건너편을 구경하고 왔습니다. 케이블카를 타고 떠났던 임진강 너머의 이야기 소개해 드릴게요.
파주 임진각 평화 곤돌라(케이블카) 정보
- 경지 파주시 문산읍 임진각로 148-73
- 주중 09:00 ~ 18:00 (주말 ~20:00)
- 일반캐빈 11,000원 (9,000원)/ 크리스탈 14,000원 (12,000원)
- 일행 중 1명은 신분증 지참
- 총 구간 1.7 km, 편도 5분 정도
우리나라는 dmz 남방한계선 아래 5km 구간을 민간인 통제구역(민통선)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민통선구간을 지나는 게 임진각 평화곤돌라죠. 비무장지대는 아니래도 대통령도 쉽게 못 들어가는 구간이니 케이블카를 타고 가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경험이긴 합니다.
민통선(민간통제구역)을 잇는 케이블카
평화누리 공원은 올 때마다 기분이 묘해요. 철책으로 연결된 도로를 달려서 판문점이 적힌 이정표를 보고 도착한 곳이라서일까요. 잊고 있던 감정들이 스멀스멀 올라와 작은 사진 한 장으로도 울컥해지는 곳입니다.
그래서 수없이 타본 케이블카도 여기서 타려니까 살짝 긴장이 되네요.
겁쟁이 쫄보라 바닥이 뻥 뚫린 크리스탈은 못 탔는데 일반케이블카도 막는 게 없어서 멀리까지 다 보이더라고요. 5분 남짓이라고 하는데 체감은 그보다 훨씬 길었어요.
누런 강물은 임진강인데 밀물과 썰물이 만나는 곳이라 누래 보일뿐 실제로는 깨끗하다고 합니다. 중간에 보면 배를 띄우고 고기를 잡는 주민들을 볼 수도 있어요.
강을 건너갈수록 뚜렷하게 보이는 철책과 경고표시에 살짝 긴장이 됩니다.
케이블카 정류장인 북측 dmz 스테이션.
전에는 하차 없이 그냥 돌아와야 했는데 지금은 관광이 재개되면서 주변을 둘러볼 수가 있어요.
태양의 후예 촬영지, 캠프 그리브스
DMZ스테이션에서는 두 군데를 둘러볼 수가 있어요.
하나는 미군기지로 사용했고 태양의 후예 촬영지인 캠프 그리브스입니다.
지금은 많은 건물들 중에 갤러리로 꾸민 딱 한 곳만 들어갈 수 있어요. 나중에는 캠프 그리브스자체를 개방한다고 하니 볼거리가 늘어나겠죠. 공사 중인지 사람들과 자재를 실은 차가 왔다 갔다 하더라고요.
첫 번째, 갤러리 그리브스
젊은 날의 초상 우리들의 젊은 날
갤러리 그리브스에서는 정전 70주년을 기념하고자 한국전쟁에서 사라진 어리고 젊었던 용사들을 담는 전시를 하고 있습니다. 꿈 많고 싱그럽던 청년들의 모습이 담겨 있지요.
내부로 들어가면 앳된 표정의 청년들 얼굴이 먼저 보입니다.
계급도 군번도 없이 전쟁에 참여한 학도병.
제일 먼저 한국 전쟁 당시 종군기자로 참여해
다양한 일상을 포착하고 기록으로 남겨둔 존리치의 사진을 볼 수 있는데 그것으로 당시의 상황을 짐작할 수 있지요.
전쟁 중에도 일상을 살아가는 민중들의 모습.
전쟁의 참혹함과 그를 겪은 사람들의 희생을 기억하길 바란다는 작가의 말이 덧붙여 있네요.
정전협정을 통해 생긴 세 개의 선.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남과 북이 2km씩 아래로 그은 빨간색과 파란색 선이요. 전쟁이 끝나면 당연히 없어지게 되는 선이라 언젠가 그날을 꿈꾸는 희망도 담겨 있어요.
전시의 주제이기도 했던 학도병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학생 신분으로 전쟁에 참여했던 학도병, 대부분 나이가 14~17세에 불과한 이들의 젊은 날을 기억하는 게 전시의 주제니 까요.
학도병 이우근의 품 안에서 발견된 편지 한 장.
어머니가 늘상 비눗내나게 빨아주시던 내복을 제 손으로 빨면서 문득 수의가 생각났다는 말. 전쟁을 왜 해야 하는지도 모른 채 두 번째 편지를 쓰겠다는 다짐도 못 지키고 소중한 목숨을 잃었지요.
이럴 때마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늘 빚지고 사는 삶이라고 느껴요.
두 번째, 임진강 평화전망대
무거운 마음을 안고 이번엔 임직강 평화전망대로 향해봅니다.
승강장에서 전망대까지는 10분 남짓인데 오르막이라 엄청 힘들어요.
젊은 사람들보다 나이 드신 분들이 더 많이 찾아올 텐데 이건 아쉽더라고요. 어른들은 쉽게 못 갑니다.
가는 길에 소망리본으로 묶인 철조망도 보고요.
잼버린 꼬마들은 여기까지 왔네요. 괜히,, 뭉클.
재현한 도보다리와 평화등대도 보이네요.
페인트는 벗겨지고 등대는 낡았는데 긴 여름을 보내느라 그런 거 같아요. 갔던 날은 구슬땀을 흘리며 제초작업 중인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찬바람이 불면 깨끗해진 모습을 볼 수 있을 거 같아요.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것이 있어야 상상할 수 있다고 하죠. 우연히 들렀던 dmz전시로 뒤늦게 한국전쟁의 기록을 찾아가는 중입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어도 하나를 알고 나면 적어도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님을 알게 되지 않을까 싶어서요.
멀지 않은 곳이라 찾아오는 사람들이 꽤 많더라고요. 물론 전 세계 유일한 분단국가인 이 나라를 여행온 외국인들이 많아서 반갑고 쓸쓸하기도 했지만요. 평화누리 공원은 넓은 잔디밭으로 사진 찍기에도 기가 막히죠. 기왕이면 두루두루 넓게 둘러보는 여행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경기도 박물관 dmz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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