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곳 있잖아요. 너무 좋아서 나만 알고 싶은 집, 유명해져서 사람들이 북적일까 봐 걱정되는 비밀 아지트 같은 곳이요. 저한테 그곳은 파주에 있는 북카페이자 책방인 '문발리 헌책방골목 블루박스'입니다. 헌책방 이름을 달고 있지만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책이 있는 카페입니다.
문발리 헌책방골목 카페 블루박스
- 경기 파주미 문발로 240-21 (출판단지 내 위치)
- 매일 10:00 ~ 17:30
- 50~60년대 헌책방 골목을 재현한 인테리어
- 카페 내 헌책구매 가능, 책을 구매하지 않아도 자유롭게 이용가능
- 구석에 파묻혀 책 읽기 환영
주차장은 없지만 출판단지에서 주차하는 건 누워서 식은 죽 먹기죠. 적당한 곳에 차를 세우고 들어오시면 됩니다.
헌책방 골목을 그대로 재현한 실내
처음엔 이름을 듣고 왜 이렇게 어렵나, 헌책방 골목을 말하나 싶었는데 이 집의 콘셉트예요.
1950~60년대 부산의 헌책방 골목을 파주에 그대로 옮기고 싶으셨대요. 슬레이트 지붕을 얹고 나무 계단을 연결하고 골목길에 세워진 가로등처럼 조명을 달았어요. 헌책을 찾아서 골목길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던 마음으로 이곳도 구경하면 됩니다.
카페고리별로 쉽게 구분해 놨는데 그 사이사이에 테이블과 의자가 있어요. 'ㄷ' 자 구조라 적당히 프라이빗한 공간이 생긴 셈이죠?
대들보로 쓰는 나무기둥을 세우고 적당한 간격으로 홈을 판 다음 가운데 판자를 연결해서 책장을 만들었어요.
언젠가 한옥에 살던 친구가 장마가 한 번씩 지나고 나면 문이 안 닫힌다는 볼멘소리를 한 적 있어요. 나무란 게 숨구멍이 있어서 시간과 손을 들여 길들여야 비로소 제 역할을 한다는 것이겠죠. 이런 수고로움을 하나도 아닌, 책장마다 하는 정성은 한두해 있다가 사라지는 흔하디 흔한 곳에 쓰지는 않을 터. 어디서 왔는지는 모르지만 이렇게 사랑받고 있는 책들의 쉼터에 객이 되어 덩달아 푹 쉬다 갈 수 있는 곳입니다.
주인인 책의 집에 손님으로 커피 한잔 얻어 마시고 가는 느낌? ㅎ
구석구석 콕 박히기 좋은 좌석들
주인이 얼마나 친절한지 커피도 굉장히 저렴합니다.
울퉁불퉁한 모양을 뽐내는 스콘은 필시 직접 구었을 테고 갈 때마다 짝꿍이 탐내는 핫도그도 메뉴판에 이름을 올리고 있어요. ㅎ
보통 헌책방은 책이 많기 때문에 쾌쾌한 책냄새가 나기도 하는데 여긴 참 쾌적해요. 이 날은 나이 지긋한 어르신이 영영사전을 꺼내와서 공부를 하고 계시더라고요. 그 모습이 보기가 좋아서 몰래 사진으로 담아봤어요.
북카페를 좋아하는 수많은 이유 중 이런 작은 '동기부여'도 하나 있어요. 목적을 가지고 오는 사람들, 자기를 찾아서 오는 사람들은 다부진 입을 가지고 있거든요. 살짝 다문 그 입이 어떤 다짐보다 신뢰가 가요. 그런 사람들이 찾아오는 이 집을 정말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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