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허벅지를 꼬집어 가며 책을 읽는데 이런 말이 나오더라고요. 좋아하는 작가의 에세이를 따라서 써보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고. 어떤 도움이냐면 두루두루.. 송도에서 부지런히 서점을 찾아봤지요. 멀지 않은 곳에 열다책방이라는 작은 동네책방이 있더라고요. 빗속을 뚫고 가봅니다.
음... 여기 맞을까?
간판도 없는 동네상가건물을 두리번거리다가 비를 피해 옹기종기 모여있는 학생들 한 무리를 발견했어요. 그 사이에 작은 나무 간판이 세워져 있더라고요. 애들아, 아줌마 거기간단다. 비켜줄래?
열다책방 정보
- 인천시 연수구 앵고개로 264번 길 30-3 3층
- 화~토 12:00 ~ 21:00 (일, 월휴무)
- kt 건물 3층, 건너편 공영주차장 이용
- 연수구 유일의 독립서점이래요.
- 독서모임, 북토크 수시 운영 중
작은 동네 책방이 열렸습니다.
문을 열자 동그란 안경을 끼고 책을 읽는 남자분이 계시더라고요. 훈남 책방지기, 사장님입니다.
멀끔한 차림이 책방이랑 참 잘 어울린다 싶었어요. 학교 다닐 때 공부 잘하는 교회오빠네 놀러 온 기분이랄까. 먼지 한 점 없이 깨끗한 공간에 빗물 툭툭 털고 들어가 봅니다.
아담하지만 따뜻한 느낌을 주는 곳이라 마음이 편해요.
사소한 관심만 있다면 골라둔 책을 다 훑어볼 수 있을 만큼의 크기예요. 천천히 혼자 보고 싶습니다.라는 마음의 소리를 읽으셨는지 읽던 책으로 눈을 돌리시더라고요.
구경 좀 해볼게요.
동네 책방에만 있는 프로그램.
네이버 밴드 모임이 있는 걸 보니 인천에만 회원이 있는 건 아닌가 봐요. 보통 지역 독립서점은 근방에 위치한 다른 곳이랑 엮어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던데 이곳도 그렇지 않을까요?
소설 한 칸, 에세이 한 칸.
이런 소박한 큐레이션이라니, 통째로 내 책장으로 옮기고 싶을 정도로 샘나요.
내 몸은 원래 내 맘을 잘 모르지 않나요?
밥 먹고 누워있으면 얼마나 좋은데, 내 맘도 모르고 내 몸은 아프다는 소리나 내고.. 허허..
김멜라 작가님의 <제 꿈꾸세요>
읽어보지는 않았는데 이렇게 만나니 갑자기 궁금해지네요.
어렸을 때 넌 뭐가 되고 싶니?라고 주변에서 물어보잖아요.
그러면 기자가 되고 싶어요.라고 대답했대요.
글을 쓰고 싶어요,라고 대답했으면 직업이 아니어도 꿈을 잡고 있었을까요. 되고 싶은 게 아니라 하고 싶은 걸 찾으라는 말을 듣고 작은 소리로 대답해 봅니다.
"글을 쓰고 싶어요 "
오늘 찾은 책은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찾으러 왔던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를 발견했어요. 두 권 있었는데 고민할 것도 없이 푸른색 표지를 집어 들었죠. 무려 한정판으로 리커버 돼서 발간된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하루키 에세이를(소설은..🥺) 정말 좋아하는데 뭐가 좋냐,라고 물으면.
사소한 순간까지 낚아채서 조곤조곤 알려주는 게 좋아요. 야구장 외야석 잔디에 누워서 맥주를 홀짝거리던 그 순간, 소설을 쓰기로 결심한 그 순간. 야구방망이에 탕 하고 공이 맞는 소리까지 들려주잖아요. 나를 거기에 데려다 눕히는데 빠져들지 않을 재간이 있나요.
강요한 적 없는데 툭툭 뱉는 말이 묘하게 찔리더라고요. 삶의 기준이 명확해서 웬만한 자기 계발서보다 밑줄을 많이 그었던 기억이 나요.
아 그러고 보니 소설을 읽고 이 작가는 필히 정신상태가 남다르다(?)고 생각을 했는데 에세이를 읽고 반전이 있어서 좋아진 거 같기도 해요. 이렇게 성실할 줄이야... 이렇게 소박하게 덕질을 할 줄이야...
분명 읽었는데 기억나지 않는, 절대 달리기 책이 아니란 건 아는 책을 안고 기분 좋게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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