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의 면천읍성은 번듯한 성곽이나 예스러운 초가집이 남아 있는 건 아닙니다. 대신 쓸모를 다한 건물에 감성을 덧붙여 만든 미술관, 오래된 서점, 정겨운 카페가 있지요. 벚꽃이 지면 연꽃이 피는 산책로가 있고 천년이 넘은 은행나무 두 그루는 객사옆에 든든하게 서있고요. 출출한 배를 채울 수 있는 콩국수는 이곳의 명물이지요. 느릿느릿 걷는 힐링여행지로 이만한 곳도 없습니다.
힐링여행지 면천읍성 한 바퀴
충청남도 당진시 면천면 성상리 930-1
공영주차장 있음(면천읍성 남문 앞 부지)
콩국수는 면천의 대표음식
📌 마을 8곳을 둘러보는 스탬프투어 추천
📌객사 앞 은행나무나 골정지 나무의자에서 쉬다 오는 걸 추천해요!
당진의 면천읍성은 700여 년 전 조선 세종 때 왜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쌓은 성입니다. 당시 면천이 서해안의 군사, 정치의 요지였음을 짐작하게 해 주죠. 최근에 성곽 일부만 남아있던 것을 복원해 객사와 동헌을 새로 짓고 읍성 안에는 다양한 콘텐츠를 추가했습니다.
▪️ 면천읍성 - 일부만 남은 성곽
원래는 동, 서, 남, 북으로 문을 두고 지역주민들의 안전을 지켰던 성곽인데 이제는 남문만 남아있습니다.
허물어져 일부만 남아있는 성곽 주변을 거닐고 있는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면천읍성 안 마을구경
주민들이 직접 그린 그림들이 벽화로 남아 있습니다.
동네에서 운영하는 그림학교를 다니며 난생처음 붓을 잡아본 어르신들이 남긴 작품이에요. 자세히 보면 어찌나 귀여운지, 어릴 적 동심이 여기에 피었습니다.
복원 중인 공터에 색연필을 칠한 듯한 벽돌건물도 있고요.
슬레이트 지붕으로 투박한 간판을 건 떡 방앗간도 있습니다.
아, 읍성 안 건물들은 한옥의 기와가 아니라 슬레이트 지붕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키가 낮은 건물이 태반입니다.
밝은 빛깔의 노란색담장과 하늘을 닮은 지붕색 건물은 누가 사는지 참으로 궁금해집니다.
한달음에 달려와 사진 찍게 만드는 곳.
▪️면천읍성 밖 - 골정지
조선 실학자 박지원이 군수로 재직할 때 만들었다고 알려진 골정지입니다.
연못 주변으로 벚꽃나무가 빙 둘러있는데 벚꽃이 지면 이렇게 연꽃이 피는 걸로 유명하지요. 연못 가운데 '건곤일초정'이라는 정자가 세워져 있어요. 인근에 면천향교가 있는데 그곳 유생들이 이곳을 찾아 시를 읊고 풍류를 즐겼다고 합니다.
▪️읍성 안 - 군자정, 3.10 만세 기념비
역대 군수들이 풍류를 즐기던 군자정 앞에는 3.10 학생독립만세운동 기념비가 세워져 있습니다.
서울 탑골공원에서 있었던 3.1 운동을 직접보고 고향에 내려온 보통공립학교 학생이 전교생을 이끌어 만세운동을 했다고 알려져 있지요. 불과 열일곱의 나이예요.
옛 면천초등학교터 객사 옆에는 오래된 은행나무 두 그루가 있습니다.
무려 1100년이나 돼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지요. 그럴듯한 설화도 품고 있고요. 천년을 살면서 뿌리에 구멍이 났는데 잘 보면 새살이 돋아 나고 있는 게 보여요. 올해도 은행이 주렁주렁 달렸더라고요.
꽤 오랜 역사를 품은 객사건물은 10년에 걸쳐 복원되었습니다.
옛 관료들이 머물던 숙소였다가 일제강점기에는 보통학교로 사용되고 지금은 주민들을 위한 쉼터역할을 하지요. 마루에 걸터앉아 있으면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고 바람이 솔솔 불어 시원합니다.
▪️ 면천읍성 안 - 상점들
오래된 창고를 개조해서 만들었다는 면천창고.
넓은 앞마당에는 플리마켓도 수시로 진행 중이니 꼭 들려봐야 합니다.
여행자들의 쉼터이자 휴게공간도 같이 운영 중인 '면천읍성 안 그 미술관'.
전시공간인 1층과 휴게공간인 2층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넓은 뜰과 안쪽 산책로까지 치면 제법 넓은 편이에요.
📌 입장료: 5,000원
감성 가득한 소품을 파는 진달래상회.
80년이나 된 건물인데 얼마 전까지 대폿집이었죠. 면천을 대표하는 꽃이 진달래라서 이름을 그렇게 지었다고 합니다. 사장님이 직접 그리고 모은 작품과 공예품들이 준비되어 있어요.
쌀만큼 콩이 풍족해서 콩국수가 유명한 마을입니다. 어느 집을 들어가도 좋으나 서리태로 만들어서 고소하다는 초원콩국수가 선두에 서있지요. 2시까지만 장사를 하기 때문에 어설프게 가면 번호표도 안 준다는 사실.
▪️면천읍성 - 콩국수
맛은 봐야죠.
여기저기 장사 끝났다고 해서 마지막으로 겨우 들어간 옛날 그 집 콩국수입니다. 서리태로 만들어서 국물이 까맣습니다. 부추를 넣고 만든 면이라 초록색이고요.
걸쭉하고 진한 콩물은 고소하고 쫄깃한 면발이 주는 만족스러운 식감은 행복했지요. 왜 면천이 콩국수로 유명한지 알겠더라고요.
제법 많은 양인데 국물까지 남김없이 다 먹었어요. 여름에 먹는 콩국수는 별미 중의 별미란걸 여기서 먹고 처음 알았습니다.
여행 길잡이 삼은 스탬프투어는 찍는 재미가 쏠쏠해요. 당진을 세 번쯤 왔는데 면천읍성이란 곳은 처음 알았네요. 작지만 알찬 곳이라 알려지지 않은 게 너무 아쉬웠어요. 읍성 안에 숙박시설이 있다면 하룻밤 묵고 가고 싶을 정도였지요. 진심으로 충남 최고의 여행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면천읍성은 오래된 것이라고 무조건 없애지 않고 잘 다듬고 칠해서 만들어가는 곳입니다. 기왕이면 연꽃이 피고 콩국수가 제철인 여름에 꼭 한번 방문해 보세요. 별 다섯 개도 아깝지 않은 만족도 최고인 여행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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