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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대학병원을 가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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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대학병원을 처음 가본 날

 

드디어 예약했던 대학병원을 가는 날이다

 

대학병원은 언제나 정신이 없다. "큰 병원으로 가보세요"라고 쓰인 진료의뢰서를 손에 들고 행여나 안 좋을까 싶은 두려움, 별일 아닐 거라는 기대감을 안고 모여드는 곳이기 때문이다. 다리를 약간 절긴 했지만 크게 이상이 없어 보이는 내가 이곳에 모인 많은 사람들에게 미안하면서 묘하게 안심이 되었다. 괜찮을 거야라는 위로보다 같은 경험을 공유한 사람의 존재만으로 위로가 되니까. 

 

예약시간을 30분정도 지나서 진료를 볼 수 있었다.

짧은 흰색가운을 입으신 교수님은 생각보다 젊고 조곤조곤 친절하게 말씀해주셔서 안심이 되었다. 그리고 내 이야기를 들으신 교수님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나는 무려 디스크가 터졌는데 말이다!!

 

"엠알아이보다 중요한 거는 본인이 느끼는 증상입니다" 

 

수치상으로만 보면 엄청 심각해서 당장 수술해야 되나 나이가 많지 않고 통증도 줄었고 운동신경도 남아있으니 지켜보는 게 낫다고 하신다. 본인 환자들 중에 이런 케이스는 수없이 많고 열에 7,8명은 다시 돌아왔다고 툭 던져 말씀하시는데 눈물 날 뻔했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이런 말을 해줄 누군가가 필요했다. 어쩌면 나도 수술보다는 지켜보고 싶었던 모양이다.

 

덧붙여 이때 나의 상태를 말하자면, 

걸을 수는 있으나 조금만 빨라도 왼쪽 다리가 아파서 질질 끌게 돼 절뚝거렸다. 앞꿈치로 까치발은 가능했으나 뒤꿈치로 까치발은 살짝 올라오고 바로 떨어졌고 허리가 아프거나 다른 통증이 심하지는 않았다. 

 

일상생활은 하되 한동안은 아기 허리처럼 조심히 돌보고 허리를 굽히거나 허리에 안 좋은 모든 행동을 금지한 채 지켜보자고 한다. 디스크 덩이리를 꺼내는 건 나중 문제고 어려운 게 아니라고 하신다. 내시경이는 현미경이든 나중에 하면 된다도. 빠져나온 디스크는 젤리 같은 거라 움직이지는 않는단다. 

 

그리고 염증 주사치료를 제안하셨고 다스크가 터졌는데 아무것도 안 하기 무서워서 받아들였다. 대신 코로나 시국이라 본원에서 코로나 검사를 하고 결과가 나와야 시술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예전에 쉬웠던 것들이 코로나로 당연해지지 않게 되는 게 아쉬우면서 안타깝다. 

 

8만 원을 내고 목구멍 한번 콧구멍 한번 찌르는 코로나 검사까지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당황해서 묻지 못한 수만 가지 질문은 다음에 다시 물어봐야겠다.

 

저녁때쯤 음성이라는 결과까지 받았다. 내 돈 주고 하니 빠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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