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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폴라씨

1인 기업 n잡러에 대비하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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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원가가 얼마나 될 거 같아요?"

 

다운점퍼를 하나 쥐어주고 날아온 면접 질문이었다. 아무리 날고 기는 엠디라고 해도 원가를 바로 뽑을 수는 없다. 계산기를 두드려야 하나 모른다고 해야 하나 망설이다가 "해외생산 기준으로 하나요?"라고 물었더니 웃으셨다.

 


그리고 나는 그 회사에 합격했다.

 

나중에 들은 바로는 몇 장이나 할 건지, 어디서 생산할 건지 원가가 달라지는 변수를 알고 있는지 체크하기 위함이었단다. 그리고 면접 본 사람 중에 비슷하게라도 대답을 한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고 한다. 

 

나의 사수였던 지금은 세미멘토인 차장님은 그런 사람이었다. 정답보다는 방법을 알려주고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그런 사람이다. 반대를 무릅쓰고 나를 뽑아놓고 2년 만에 떠나버린 쫌 괘씸한 상사였다.

 

 

사무실에 노란색 쇼파라니

 

그리고 또 2년이 지났다.

 

주기적으로 회사 뒷담화를 들어주고 인생의 조언을 해주는 차장님이 개인 사무실을 차렸다. 물론 어느 회사 이사님이라는 직함도 가지고 있지만. 예전부터 차장님은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다. N잡러를 준비해야 한다, 갑자기 직장을 그만두게 돼도 고정적으로 나오는 수익이 있어야 조급함이 없다, 지금부터 생각해야 늦지 않다.

 

 

물론 맞는 말이지만 현업이 우선이라 그동안 미루고만 있었다. 그 사이 차장님은 엔잡러에 명함하나를 더 추가했다. 그리고 서울에서 가깝고 먼 남양주에 카페 같은 사무실을 차렸다. 매일 퇴사하는 것처럼 책상을 치우고 퇴근하시더니.

 

 

취향에따라 와인과 맥주

 

늦은 저녁, 각자 취향에 따라 술을 한잔씩 따르고 요즘 세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아무리 생각해도 직원을 뽑을 이유가 없다고 한다. 필요한 게 있으면 외주를 주면 되니까. 기존에는 상상조차 못 했던 직업군들이 생겨나고 무슨 일을 하던 그게 어떻게 이어질지 모르는 세상이다. 이제 1인 기업만 살아남는 세상이 될 거라고 한다. 또, 미래먹거리는 무조건 온라인과 연결되어야만 한다는 거다. 

 

 

차장님 아들이 "아버지, 저 아파트 경비할게요."라고 한다면 예전에는 놀랐겠지만 이제는 응원할 거라고 한다. 젊은 아파트 경비도 신선하고 그 일이 전환점이 되어 어떻게 새로운 가능성으로 연결될지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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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류회사에서 실무를 하는 40대는 찾아보기 힘들다. 어디 의류회사뿐이겠나, 얼마 전 기사를 보니 평균 퇴직나이가 49세라고 한다. 평균수명이 100세인 시대에 50도 안 돼서 직장을 그만둬야 하다니 참 씁쓸하다. 부수익의 일환으로 블로그를 시작하고(처음은 그랬다!) 이곳에서 많은 분들이 정말 열심히 엔잡러로 사는 걸 봤다. 수익이라고 말할 거리도 없는 블로거지만 이게 나의 엔잡러명함의 시작이었으면 한다. 

 

 

이 밤, 쓸데없이 주절주절.
그나저나 사무실개업선물로 사간 청소기 언박싱을 못하고 와서 블로그 주제를 하나 놓쳤다. 아쉽네, 내 먹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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