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일상은 무료하지 않겠냐며 굳이 시간 들여 돈 들여 국가고시를 본 사람이 있어요. 바로 떨어졌기 때문에 말은 못 해도 그런 사람이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시험 끝나기를 교문 앞에서 기다리다 밥을 사준 사람도 있고요. 그렇게 오랜만에 문래동을 갔어요. 매번 어둑해질 때 가서 술만 마셨는데 밝을 때 가니까 기분이 묘하더라고요.
공부하느라 고생했으니까 가정식 백반이나 먹으렴.
쉼표 말랑 정보
- 서울 영등포구 도림로 438-7
- 11:30 ~ 17:30 (매주 일, 월휴무)
- 주차는 문래공원공영주차장
- 그때그때 다른 밥상이 나옵니다(제철재료)
우리 집엔 없는 가정식 백반
한눈에 봐도 말랑말랑해 보이는 가게에 들어갔어요.
평소에는 우리 가는데 아냐, 하고 건너갔을 집인데 오늘은 책가방 메고 왔으니까 좁은 입구를 지나 테이블에 엉덩이 좀 붙여 봤지요.
계절에 따라 메뉴가 바뀐다는 주인장의 당부가 썩 마음에 들어요.
평소답지 않게 sns에서 미리 예습 없이 들어온 집이라 친절한 메뉴판이 감사하네요.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제철 식재료로 만든 건강밥상 두 개를 주문했어요. 원래 제철음식은 아무리 간소해도 부족함이 없다고 하잖아요.
깨끗하게 포개진 숟가락과 젓가락을 나무그릇에 담아서 주네요.
별거 아닌데 이 소박한 정성이 마음에 들어서 음식맛도 좋을 거라는 기대를 해봅니다.
포슬감자 크로켓.
통째로 들고 한입에 앙 물어야 입과 귀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어요. 크로켓은 뭐니 뭐니 해도 포슬포슬한 감자로 만든 게 최고.
이름마저 말랑말랑한 콩알콩알 돈가스 정식.
돼지고기 등심을 한 입 크기로 잘라서 튀긴 건데 같이 나온 야채에 싸서 먹으라고 하네요. 그 자리에서 바로 튀겨주는데 뭘 내줘도 맛없을까 싶지만 바삭바삭한 고기와 신선한 야채조합이 담백하고 고소하네요.
아보카도 명란 비빔밥의 아찔한 첫 경험
아보카도 명란 비빔밥.
아보카도를 먹은 지 얼마 안 돼요. 물컹이는 식감에 아무 맛도 안나는 이 밍밍한 과일을 왜들 그렇게 좋아하나, 늘 궁금했어요. 샐러드에 올라간 아보카도는 소스맛으로 먹는 거 아닌가.
한 번은 친구집에 놀러 갔는데 아보카도 비빔밥을 만들어 주더라고요. 못 먹는다 말도 못 하고 친구가 하는 대로 노른자를 톡 터트려서 비벼봤지요. 색깔이 참... "그래, 못 먹을게 뭐 있나" 하고 크게 한 숟가락 떠서 입에 넣었는데 '어? 어어어? 맛이.. 있어요. 맛있네요?' 살짝 올라간 명란 때문인지 아보카도까지 감칠맛이 나는 거 같더라고요. 물컹이는 식감덕에 밥이 꿀꺽 넘어가고요.
그 뒤로는 꽤 좋아하는 메뉴가 됐고요. 몰랐을 뻔한 맛의 즐거움을 눈 딱 감고 한 숟가락 입에 넣은 덕분에 알게 됐어요. 역시, 눈 딱 감고 한 번만 하면 새로운 세상이 열릴 수도 있어요. ☺️
그렇게 아찔한 첫 경험을 하고 나니 아보카도 비빔밥을 볼 때마다 그때가 생각나요. 몰랐으면 어쩔 뻔했니, 오늘도 바닥까지 맛있게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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