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작은 프랑스라 불리는 서래마을에 다녀왔습니다. 서울에 사는 프랑스인의 40%가 서래마을에 산다고 하죠. 그래서 곳곳에 프랑스어 표기가 많아요. 한적한 골목길을 산책하다가 우연히 들른 르뺑 아쎄르. 프랑스어로 르뺑(le pain)이 '빵'이고 히브리어로 아쎄르(asser)는 ' 기쁨, 희망'이라고 합니다. 빵의 기쁨?!
르뺑아쎄르 (lepainasser_seorae)
매일 08:00 ~ 22:00
당일생산, 당일판매, 화학첨가물 ❌
디카페인 변경가능, 발렛가능
테라스 강아지 출입가능
빵은 기쁨이자 행복이죠.
한때는 빵집투어를 다닐 만큼 유명한 빵순이였습니다. 서울은 말할 것도 없고 지방에 가면 무조건 유명한 빵집부터 챙겼어요.
그중 제주함덕해변에 있는 오드랑 베이커리가 기억에 남습니다. 해변 끝자락에 있는 녹색집인데 마늘바게트가 유명하대요. 출출한 틈에 한 입 먹었는데 웬걸, 마늘을 꿀에 찍어서 통째로 씹어먹는 느낌이었어요. 겉은 바삭한데 속은 촉촉하고. 그때 분명 어디를 가고 있었는데 달짝지근했던 마늘 바게트의 맛만 두고두고 생각이 납니다. 😍
다시 빵이 기쁨인 집으로 와볼게요.
길가에 있는 집인데 테라스 자리는 딱 3개뿐이라 경쟁이 치열해요. 저도 매장 안에 있다가 잽싸게 튀어나와서 사수했습니다.
매장안도 넓어요. 의자는 편하지만 사람들이 많으면 소리가 울려서 약간 시끄럽다는 거? 테라스 자리에 목숨을 거세요.
제가 좋아하는 빵을 소개해 볼게요.
저는 이런 식사빵류를 좋아해요. 마카다미아가 든 바게트나 속이 꽉 찬 깜빠뉴요.
프랑스 사람들은 '바게트(la baguette)' 없이 하루도 못 산다고 하죠. 그들에게는 주식이라 물가가 비싼 프랑스에서도 한화로 1,700원 정도밖에 안 한대요. 딱딱한 겉면을 선호하고 안쪽 부드러운 부분은 모아뒀다가 새 먹이로 주기도 하고 버리기도 한대요. 세상에! 어디 가나 다이어트가 이슈입니다.
두 번째는 장발장을 감옥에 가게 했던 '깜빠뉴(pain de campagne)'입니다.
바게트가 보편화되기 전에 프랑스의 대표적인 식사빵이었죠. 그래서 그냥 le pain(빵)으로 불렸어요. 레미제라블에서 장발장이 들고 가는 빵사이즈를 보면 알겠지만 지금이랑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딱딱했어요. 오랫동안 발효를 해야 되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만드는 바게트가 나온 뒤로는 덜 찾게 됐대요.
우리나라에서는 건강빵 이미지가 강해요. 버터가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죠. 견과류, 무화과, 크랜베리를 넣어서 식사빵이 아닌 디저트로 많이 먹기도 하고요.
고급진 엄마손파이 '빨미까레(parmier carre)'입니다.
parmier는 얇은 조각을 겹쳐둔 과자고 carre는 '네모난'을 뜻하는 프랑스 어입니다. 요즘은 동네빵집에서도 쉽게 볼 수 있어서 익숙한데 '아우어 베이커리'에서 처음 먹고 감동했던 기억이 납니다. 파이 자체가 부드럽고 고소한데 진한 초콜릿까지 입혀져 있으니 얼마나 맛있겠어요. 패스츄리라서 식감도 좋고요. 여전히 참 맛있죠.
그리고 마카롱만큼 비싼 과자 '까눌레(cannele)'입니다.
이건 황동틀에 밀랍을 잘 바른 다음에 반죽을 넣고 찍어내는 건데 온도조절이 관건이래요. 틀모양이 잘 드러나야 하고 겉은 바삭하지만 속은 기포가 고르게 생겨야 성공이라고 합니다. 보기엔 단순해 보이지만 난이도 '상'인 고급기술입니다. 그래서 비싸요.
소금빵, 시오빵입니다.
프랑스 사람들이 빵에 소금을 뿌려먹는 모습을 보고 일본에서 처음 만든 빵이죠. 우리나라에서는 인스타그램에서 폭발적인 유행을 하면서 너도나도 인증샷을 찍었던 빵입니다. 씹을수록 고소해서 저도 굉장히 좋아하는 빵이죠. 생각해 보니 저도 오눅님 인스타보고 알았네요. 😅
그래서 저는 뭘 샀을까요.
역시 변함없는 취향입니다. 참고로 식사하고 갔습니다..하핫!
물론 여기서 먹어야 됩니다. 바람은 시원하게 불고 옆테이블에는 멍멍이도 있어요. 그나저나 이 동네 가로수 참 예쁘죠? 어느 동네는 구청공무원들이 보기 흉할 정도로 나뭇잎을 다 쳐내서 닭발이 됐다고 항의하던데, 서래마을은 가위컷을 한 모양입니다. ㅎ
예쁘니까 한 장 더.
화학첨가제를 사용하지 않는 건강하고 정직한 빵을 만듭니다,라고 쓰여있어요. 죄책감없이 마음껏 먹어도 된단 소리죠. 배가 아프고 여드름이 나는 게 우유 때문이란 걸 알고 난 후에 유제품은 다 끊었는데 빵은 못 끊겠더라고요. 예전처럼 많이 먹지는 않지만 진짜 맛있는 빵만 골라서 먹는 기준도 생겼지요.
이 집은 눈으로도 먹고 맛으로도 먹고, 테라스 자리가 한몫했습니다. 빵은 기쁨이 맞네요. ㅎㅎ
INFO
주소 서울 서초구 서래로 17 (프랑스학교 바로 옆)
영업시간 매일 08:00 ~ 22:00
'라이프스타일 > 맛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릴 적 그 맛, 그 감성 잉글랜드 왕돈까스 (28) | 2023.05.24 |
---|---|
여기가 카페라고? 일광전구 라이트하우스 (8) | 2023.05.23 |
방화 고성막국수 - 메밀 함량 100%, 평냉 마니아들도 인정한 맛집 (24) | 2023.05.18 |
쿳사 연희, 맛과 감성을 다 잡은 호주식 브런치 맛집 (35) | 2023.05.15 |
여주 배꼽시계 - 돈가스는 역시 부먹, 추억의 경양식 돈가스 맛집 (51) | 2023.05.13 |